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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공무원 칼럼] 왼손의 미학

2020.04.09

양손잡이가 지닌 다양성을 찾아서

‘왼손잡이’라고 하면 막연하지만 다르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오른손잡이 중심인 우리 사회에서 왼손잡이는 주로 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필자가 어릴 때 왼손으로 글씨를 쓰거나 밥을 먹게 되면 어른들로부터 지적을 받거나 오른손잡이로 고치도록 요구받았다. 하지만 오늘날 왼손잡이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왼손에서 ‘왼’은 형용사 ‘외다’에서 파생되었다. 외다는 ‘그르다’의 뜻으로 ‘잘못된’의 의미도 담고 있다. 한편 오른손은 ‘옳은 손’에서 나왔는데 ‘외다’와 ‘옳다’는 반대 의미를 담으면서‘손’과 결합한 왼손과 오른손은 상반된 개념이 되었다. 어휘에서 보듯 오른손잡이가 옳은, 바른의 의미로, 왼손잡이는 그릇된 이미지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구분은 우리말에만 있는 것일까? 오른손은 영어로 right hand, 프랑스어로 la main droite, 스페인어로 la mano drecha이다. 즉 영어(right), 프랑스어(droit(e)), 스페인어(drecho(a))에서도 우리처럼 오른손은 ‘올바른 손’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면 왼손은 우리처럼 부정적인 의미일까?

영어에서 왼손은 ‘left-hand’라고 하지만 ‘sinistral’이라는 뜻도 있다. 그런데 sinistral에는 ‘불길한’, ‘불운한’이란 뜻도 포함되어 왼손을 의미하는 sinistral도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일반적으로는 sinister가 불길한 또는 불안한의 의미를 사용된다.). 한편 오른손은 ‘right-hand’ 대신 ‘dextral’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dextral 역시 ‘재주가 좋은’, ‘솜씨 있는’이라는 ‘dexterous’의 뜻을 포함해 긍정적으로 쓰인다.

이렇게 왼손은 오른손과 달리 동서양에서 부정적인 의미를 지녔고 왼손을 사용하는 것을 금기(禁忌)해 왔다. 아울러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도 은연중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왼손잡이들에게 일상은 여전히 불편함이 만연한데 이는 우리 사회가 오른손잡이 중심으로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왼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에 대한 시각은 다소 나아졌지만 자세나 건강상의 이유로 오른손으로 필기하도록 교정을 권고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왼손잡이, 오른손잡이로 구분하기보다는 양손잡이(ambidexter)이라는 대안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융합과 통섭(fusion and consilience)이 강조되면서 양손잡이가 환영받을 수 있다. 오른손잡이는 양손잡이가 되기 쉽지 않지만 왼손잡이가 양손잡이가 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고 한다. 오른손잡이는 목적을 위해 훈련을 거쳐 왼손을 사용하면서 양손잡이가 된다. 반면 왼손잡이는 사회적, 환경적인 여건으로 오른손잡이로 교정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양손잡이로 바뀐다.

필자는 가끔씩 오른손 사용이 불편할 때 왼손을 오른손처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일상이 더 편할 거란 생각을 하곤 했다. 아울러 왼손으로 글씨를 쓰고 일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면서 왼손 사용이 지닌 장점을 발견했다. 그래서 오른손으로 하던 것들을 왼손으로 해보는 연습을 해봤지만 쉽지 않음을 느끼고 포기하고 말았다. 아마도 어릴 때부터 의식적으로 오른손과 함께 왼손을 같이 사용한다면 양손잡이로 삶을 살아갈 수 있겠다 싶었다.

왼손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오른손잡이보다 상대적으로 창의력이 높고 사고가 유연한데 그러한 장점을 발현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양손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향적(偏向的) 한손잡이가 아닌 선택적 한 손 잡이가 된다면 상황과 형편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일부러 양손잡이가 되려 할 필요는 없다. 왼손잡이든 오른손잡이든 자기에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렇지만 가능하다면 양손잡이가 되려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지금보다 살아가는데 더 편리하고 다양성이 많다면 굳이 양손잡이를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출처] 공무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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