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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 이종교배

2016.02.24

이종교배로 태어난 ‘라이거’와 ‘노새’ 생식능력 없어, 인사혁신처의 9급 과목 개편안 ‘이종교배’와 흡사해


‘라이거’는 수컷 사자와 암컷 호랑이가 교배해 만들어진 개체다. 호랑이와 사자를 적당히 섞어 놓은 외모를 갖고 있으며, 평균 300kg 정도의 덩치로, 200kg 정도의 호랑이나 사자보다 월등히 덩치가 크다. 덩치가 큰 만큼 완력이 세기 때문에 일반적인 호랑이나 사자보다 강한 힘을 갖고 있다.


‘노새’는 수컷 당나귀와 암컷 말 사이에서 만들어진 개체다. 말보다 오래 살고, 높은 지구력을 지녔으며, 당나귀보다 순하고 말보다 끈기가 좋아서 인간에 의해 많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라이거’와 ‘노새’의 ‘새끼’는 볼 수 없다. 수컷 라이거와 수컷 노새에게는 생식능력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라이거는 덩치는 크지만, 성장 억제 호르몬이 없어서 비만이 되기 쉬우며, 힘은 강하지만 지나치게 큰 덩치 때문에 순발력과 민첩성이 떨어져 야생에서 사냥으로 먹이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있다.


새삼 ‘라이거’와 ‘노새’가 생각난 것은 인사혁신처에서 내놓은 9급 과목 개편 방안을 본 이후다. 인사처는 9급 공무원 시험에서 고교과목이 선택과목으로 신설되면서 직렬별 전문성이 저하됐다는 문제 제기에 따라 이르면 2018년부터 직렬별 전문과목을 반드시 1개 이상 선택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방안은 이도 저도 아닌 ‘이종교배’와 같은 모양새다. ‘고교과목’은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수험생이 행정법, 행정학, 세법, 회계학, 형법 등 고등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과목들을 공부하지 않아도 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개편안대로 전문과목이 신설되면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또다시 고등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과목들을 공무원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고교과목이 2과목에서 1과목으로 줄었을 뿐이라고 변명할지 모르겠지만, ‘응시 장벽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에 ‘응시 장벽이 다시 세워졌다’는 사실만으로 고교과목을 도입한 취지는 사라졌다고 함이 옳다.


존재 의미가 사라진 고교과목을 존속시키기 위해 현재의 조정점수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고, 이는 조정점수제가 적용되지 않는 국어, 영어, 한국사 등 필수과목의 점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다. 조정점수제로 인해 수험생들이 합격 가능성을 쉽게 예단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생식 능력이 떨어지는 이종교배처럼, 인사혁신처의 개편안 역시 종(?)의 장래가 밝아 보이지 않는다. 처음부터 문제점이 보이는 개편안보다는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제도 개선에 머리를 맞대길 기원해 본다.


< 출처 : 공무원저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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