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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 가족주의

2016.01.27

개인이 아닌 가족이라는 집단을 먼저 평가하는 낡은 잣대 바뀌어야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영화 『친구』의 명대사다. 왠지 모르게 코믹한 느낌마저 풍기는 이 대사는 사실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린 가족주의를 잘 나타내는 한 마디이기도 하다. 교육을 책임지는 교사가 아버지의 직업을 캐물으며 가정교육을 비꼬는 것은 학생을 개인이 아닌, 가족이라는 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보는 인식을 담고 있는 탓이다.

최근 교육현장에서 학생보다 부모에 더 집착하는 가족주의는 그나마 많이 희석됐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도 이 같은 풍조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위세를 떨친다. 대표적인 것이 취업현장이다.

이력서엔 가족사항과 부모님의 출생연도, 직업을 기입해야 하고 심지어는 부모님의 최종학력까지 밝혀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사업을 할 경우, 어떤 업종인지, 경제적인 여건은 안정적인지, 고향은 어디인지, 집은 자가인지 월세인지 등을 떳떳하게 물어보는 면접관도 부지기수다. 지원자를 뽑으려는 것인지, 지원자의 부모를 채용하겠다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미 고용노동부에서는 2007년부터 사진이나 가족관계 등의 칸을 없앤 표준이력서를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인 강제력이 없는 만큼, 대부분의 기업들은 여전히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를 묻는다. 비단 사기업 뿐 아니다. 작년엔 국가기관인 서울고등법원에서조차 행정인턴을 뽑으면서 이력서에 가족의 나이와 직업을 쓰게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부 인사담당자는 짧은 면접시간 동안 지원자의 인성이나 가치관 등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정환경을 통해 짐작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이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면접관 앞에 서기 위해 오랫동안 구슬땀을 흘려온 구직자들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면접관으로서의 책임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면접장의 문을 나서는 순간 소비자, 또는 민원인이 갖게 될 채용기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쉽게 사라질리 만무하다.

물론 가정의 화합과 효를 장려하는 가족주의의 순기능 또한 무시할 순 없다. 하지만 능력 위주의 철저한 평가와 개인의 자유, 효율성이라는 가치의 중요성이 커진 지금 전통적인 가족주의를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사회구성원들의 반감만 조장해 오히려 갈등과 분란을 야기하기 마련이다. 시대가 변화한 만큼, 개인 이전에 가족이라는 집단을 먼저 평가하려하는 낡은 잣대도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최근 공무원 신규임용식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가족 초청’은 그래서 다소 불편하다. 임용자의 자발적인 선택이라면 모르겠지만, 모 지자체에서는 여러 번에 걸쳐 꼭 가족을 동반해 임용식에 참석할 것을 반 강제적으로 요구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학교를 다닐 때도, 일자리를 구할 때도, 결혼을 할 때도, 취업을 했을 때도 ‘가족’ 타령이니, 하여간 가족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못 견딜 세상이다.




< 출처 : 공무원저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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