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13
국가와 국민, 공무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채용제도 연구해야
밤 10시 이후의 학원 교습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각 시·도 교육청이 심야교습 제한 시간을 어긴 학원들을 단속 중이지만, 늦은 시각 학원을 나와 귀가하는 중·고등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심야교습이 사라지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높은 수요’에 있다. 좋은 대학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신념과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는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는 절망감은 어린 학생들을 고액과외와 심야교습의 장으로 내모는 주범이다. 학원 주위의 오피스텔, 카페를 이용하거나 학원 창문을 가리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한 심야교습이 횡행하는 이유다.
비단 심야교습 제한뿐이 아니다. 전두환 정부의 학력고사 시행 및 과외 금지부터 김대중 정부의 3불정책, 박근혜 정부의 수능영어 절대평가 도입에 이르기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양한 ‘사교육비 근절책’이 마련됐지만, 대부분이 제대로 된 약발을 내지 못한 채 사라져갔다. 왜 우리는 학벌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학벌만능주의의 배경엔 학벌이 좋을수록 정부의 요직에 진출하기 용이했던 채용제도가 있었다. 이른바 ‘3대 고시’로 불렸던 사법고시와 행정고시, 외무고시 등이 그것이다. 초기 공직 채용제도가 대학입시와 유사한 방식의 ‘시험’으로 굳어지면서, 입시에 최적화된 상위권 대학 출신들은 너도나도 공직에 뛰어들었다.
‘공직진출=과거합격’이라는 관습적 인식과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또한 사회 전반에 걸친 특정 대학 출신들의 카르텔과 대학의 서열화를 공고하게 한 요인이었다. 민간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공직 채용제도는 사실 우리 사회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셈이다.
공직 채용제도가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다. 공정하기로 소문난 공직 채용제도마저 그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제도를 손질할 때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어느새 도입 4년을 맞은 고교선택과목 제도는 아쉽기만 하다. 고졸자의 공직 진출을 늘린다는 의도는 좋지만, 고졸자가 공직에 필요한 역량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보다는 선택과목에 인위적으로 고교과목을 집어넣음으로써 공직 전문성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무직처럼 기본적인 전공지식을 필요로 하는 직렬의 경우 고교과목 도입으로 인해 신규 임용자들에 대한 교육에 애를 먹고 있고 업무처리가 지연되는 등 각종 불편사항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졸공무원 증가라는 수치에만 연연할 것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 공무원 모두에 득이 될 수 있는 채용제도를 인사처가 신중히 검토해봐야 할 시점이다.
< 출처 : 공무원저널 >